![]() 돌고 도는 우리네 인생 나이 팔십이 된 사람이 ‘친구야! 놀자’ 하며 아직도 친구를 찾아다닌다면 좀 주책스럽기도 하고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늙어갈수록 친구가 필요하고 소중하게 느껴짐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라스모어라는 은퇴 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매일 운동을 함께 하는 한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아침 여덟시에 운동이 끝나면 우리는 ‘오늘은 어디 가서 커피를 마시고 아침을 먹지?’ 하며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한다. 1달러짜리 부리또나카사디아를 먹으면 단돈 1달러로 아침이 해결되니 미국이라는 축복의 땅에 살고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우리는 몇번씩 말하고 또 떠들어댄다. 요즘 이 은퇴 촌에도 슬슬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가 이곳에 들어와서 벌써 네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가까운 친구들의 남편 둘이 세상을 떠났고, 얼마 전에는 아주 친했던 친구 한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알 수 없는 것은 금방 죽을 것 같던 사람은 안 죽고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가 갑자기 떠나는 것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핸디캡이야.” 죽은 친구는 늘 이런 말을 했다. 팔십이 넘어서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말, 이젠 살만큼 살았으니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는다는 뜻, 지금 세상을 떠난다 해도 별로 억울할 것이 없다는 말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또 십년쯤 남보다 더 산다 해도 먼저 가고 나중 갈 뿐이지, 가는 곳은 다 똑 같다.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병원에 갇혀 산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인간의 존엄이란 눈 씻고 봐도 없어서 오히려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얼마 전 치매가 와서 이젠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차량국의 통보를 받은 친구가 있다. 미국에서 운전을 못한다면 그건 치명적이다. 운전은 자유를 준다. 운전을 못한다면 살아도 반밖에 살지 못하는 것이나 같다. 또 한 이웃은 미나리를 뜯다가 넘어져 크게 다쳤다. 나이 구십의 이 할머니는 아직도 자신이 젊었다고 착각하고 살아서 벌써 몇 번을 넘어져 병원에 실려 갔다. 이젠 주변에서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슬슬 줄어들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들이 많다. 머리가 아파서, 어지럽고 기운이 없어서, 잠을 잘 못자서 함께 나가 놀자면 나갈 수가 없단다. ‘친구야! 놀자!’ 하며 달려갈 수 있는 친구가 언제까지 내 옆에 있을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는 운전도 못하고 벤치에 앉아 빨리 오지 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는 처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처량하고 슬프지만 이것이 다 인생의 한 고비임을 깨닫는다. 그래도 아직은 ‘친구야! 놀자!’ 하면 달려 나올 수 있는 친구가 몇 명 있다는 것이 새삼 위안이 된다. - 좋은 글 중에서- ![]() (스마트폰은 ▷ 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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