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한바탕 꿈처럼

풍물 김희태 2022. 1. 6. 05:40

한바탕 꿈처럼 /노을풍경(김순자)

너무도 짧은 가을이 
스산한 가을바람 속으로 저물어간다
낙엽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엉성해진 가지를 외롭게 뻗으며
하늘을 향해 쓸쓸한 나목은 
찬바람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가로수길 노오란 단풍잎 
바람이 가는 대로 뒹굴고 휩쓸려가고
남은 잎새들 파르르 떠는 시선 끝에
아스라이 묻어나는 그리움들
모두가 떠나버린 빈 가지 끝에 
한바탕 꾸어버린 꿈 일가
아름다운 가을 선물처럼 왔다가
짧은 가을날에 꾸어버린 허망한 꿈처럼
잠깐의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고 
떠나는 가을속으로 
점점이 심어 놓고 떠난 가을이여
언제 다시 
아름다운 선물 같은 날들을 만날 수 있을까
오색 물감으로 
추억을 흩뿌려놓고 떠난 사랑에 흔적들이 
아직도 이렇게 남아 있는데
바람 앞에 마지막 잎새 되어
어느 날 흘쩍 추억만 남기고 
철새처럼 날아가 모두 떠난 텅 빈 거리에 
시린 겨울 속으로 다시 한 계절을 배웅하며
켜켜이 쌓여가는 고운 낙엽 주워 모아
책갈피에 한 잎 한 잎 꽂으며 
선물 같았던 가을 날들을 
추억으로 꺼내보며 그리움을 달랠 수 있을까
무심히 바라보는 가을이 지나는 창밖으로 
또 한 그리움이 쓸쓸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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