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한바탕 꿈처럼 /노을풍경(김순자)
너무도 짧은 가을이 스산한 가을바람 속으로 저물어간다 낙엽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엉성해진 가지를 외롭게 뻗으며 하늘을 향해 쓸쓸한 나목은 찬바람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가로수길 노오란 단풍잎 바람이 가는 대로 뒹굴고 휩쓸려가고 남은 잎새들 파르르 떠는 시선 끝에 아스라이 묻어나는 그리움들 모두가 떠나버린 빈 가지 끝에 한바탕 꾸어버린 꿈 일가 아름다운 가을 선물처럼 왔다가 짧은 가을날에 꾸어버린 허망한 꿈처럼 잠깐의 아름다운 추억만 남기고 떠나는 가을속으로 점점이 심어 놓고 떠난 가을이여 언제 다시 아름다운 선물 같은 날들을 만날 수 있을까 오색 물감으로 추억을 흩뿌려놓고 떠난 사랑에 흔적들이 아직도 이렇게 남아 있는데 바람 앞에 마지막 잎새 되어 어느 날 흘쩍 추억만 남기고 철새처럼 날아가 모두 떠난 텅 빈 거리에 시린 겨울 속으로 다시 한 계절을 배웅하며 켜켜이 쌓여가는 고운 낙엽 주워 모아 책갈피에 한 잎 한 잎 꽂으며 선물 같았던 가을 날들을 추억으로 꺼내보며 그리움을 달랠 수 있을까 무심히 바라보는 가을이 지나는 창밖으로 또 한 그리움이 쓸쓸히 지나간다